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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함시생각

하함시 생각 - 소원이 소명이다

김충연 (감리교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신학교나 교회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 저에게 소명에 관해, 꿈에 관해 질문을 해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습니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 당신이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마음이 행복해지는 그것이 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을 찾으십시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을 해야 마지막 인생의 날에 후회하지 않을 그것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빌립보서 2:13은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응답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본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θεὸς γάρ ἐστιν ὁ ἐνεργῶν ἐν ὑμῖν καὶ τὸ θέλειν καὶ τὸ ἐνεργεῖν ὑπὲρ τῆς εὐδοκίας

 

   이 본문을 우리나라 성경은 이렇게 번역합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개역개정).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을 문장 그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일하시는 분(호 에 네르곤: ὁ ἐνεργῶν)이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좋은 뜻을 위한 ‘의지’(토 쎌레인: τὸ θέλειν)와 ‘행동’(토 에네르게인: τὸ ἐνεργεῖν)이십니다.”

1. 하나님은 에너지의 근원으로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그 일하시는 분이 내 안에 계십니다.

2. 그분은 선한 뜻을 위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시는 분이십니다.

 

   소명은 위로부터의 부르심이고, 소원은 아래로부터 열망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것 같이 보이지만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이 두 가지가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이기에 자칫 이원론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의 소원이 나의 소원이 되는 것이고, 하나님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하십시오.” 이것은 기독교 이해의 핵심을 드러냅니다. 하나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이 그 사람의 의지를 인도할 것이며, 그의 선택과 행동은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과 나의 뜻이 하나가 되는 단계, 하나님의 뜻이 내 안에서 온전히 활동하도록 나를 내어드리는 단계가 바로 빌립보서 2:13 말씀입니다.

 

   비전과 소명에 관해 질문하는 분들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일하십니다. 그분은 에너지의 근원으로서 우리 마음속에서 ‘의지’를 갖게 하고, 더 나아가 ‘행동’하게 하십니다. 내 안에서 그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그리고 심장이 뛰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마음은 많은 경우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신학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을 다녔지만, 예수님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분에 대해 정말 알고 싶었고, 저의 인생을 그분께, 그리고 그분이 하신 일에 던지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주신 것이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이시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졌고,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신학을 공부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렜습니다. 그리고 바람대로 대학원을 신학대학교로 진학하였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을 비롯해서 지인들이 처음부터 저의 이런 결정을 지지해 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저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아시고 이후 부터는 기도로 동역해 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신학을 결정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움직여 주셨고, 의지를 주시고, 행동하도록 하셨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소원이 소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혼자 일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존 웨슬리는 ‘인간 없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간 없이 세상을 다스리지 않으신다’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선한 뜻을 위해 인간과 함께 일하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시고, 그리고 어떤 어려움에도 변하지 않는 의지와 행동을 하도록 하십니다.

 

  저는 묻습니다. “지금 여러분 안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프고,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무엇입니까?” 저에게 그것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주된 내용이 바로 ‘하나님 나라’였으며, 그분의 기도 제목(주기도문) 이기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평생,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시기를 원하셨습니다. 저도 동일하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위해 소원을 두고 행동합니다. 하나님 나라만 생각하면 저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은 알 수 없는 따뜻함과 식지 않는 열정으로 뜨거워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게 하고, 행동하도록 합니다. 여러분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에게 그 ‘소원’이 무엇입니까? 그 소원이 바로 소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