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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함시생각

하함시 생각 - 올바른 기독교적 영성이란 ➋

존재와 행함의 올바른 개인영성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글 | 김충연 교수(감리교 신학대학교 신약학)

   이처럼 바른 영성이란, 내력과 외력이 부딪힘이 없이 한 인격체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력이 ‘자기가 되도록 하는 힘’(Being) 이라면, 외력은 ‘자기로 살아가는 힘’(Doing)입니다. 기도 외에 또 무엇이 자기가 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복음서 중에서도 특히 마태복음의 경우에 예수는 율법 선생 또는 율법의 해석자로 묘사됩니다.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서 예수가 ‘너희는 이렇게 들었지만, 나는 너희에게 이렇게 말한다’(5장)라고 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율법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있었음을 전제로 합니다. 그는 텍스트(Text)를 묻고 또 물었으며, 읽고 또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는 그 본문의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그것을 담대히 가르치고 행하였습니다. 이런 그의 가르침은 다른 율법 교사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또한 요한복음서에서 묘사하고 있는 예수의 모습은 매우 독창적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곧 길이다”(요 14:5)라는 표현은 ‘내가 아버지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그 길’임을 천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수가 아직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그 ‘길’을 만들고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듯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동시에 인간으로서 매우 독자적인 삶을 살았으며, 그의 가르침은 매우 놀라웠습니다(마12:17 등). 그리고 이런 그의 가르침과 행동은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위협적으로 여겨져 마침내 그들은 예수를 고발하여 제거하려 했고(눅 6:7-11 등),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는 창기와 죄인들의 친구로 불릴 만큼 당시에는 생각할 수 없는 ‘열려있는 사고’의 소유자였으며, 적대자들로부터 ‘먹보요 술꾼’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종교인으로서가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한 인간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예수의 모습은 위에서 살펴본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생각하고 있는 ‘영성’의 개념과는 정작 매우 거리가 있는 이미지입니다. 어쨌든 예수는 기존의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영성’의 개념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오직 ‘예수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를 가장 잘 보여주셨고,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예수의 삶을 통해 볼 때 올바른 ‘영성’을 가진 자란 ‘신의 성품을 닮은 독특한 자기가 되어서(Being), 그 부르심을 따라 자기만의 길을 행하는 자(Doing)’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보냄을 받았습니다. 지금껏 우리의 영성이 개인의 경건이나, 거룩함 같은 존재 ‘Be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제 예수의 삶에서 보았듯이 행함과 같은 ‘Doing’도 함께 강조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예수의 ‘영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 출발점은 성서, 즉 ‘본문연구’(Textforschung)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의 삶에서도 그렇듯이,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예수에 대해 알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금석이 바로 성서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본문연구에 대한 방법론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본문에 대한 바른 주석(Exegese)과 바른 해석(Interpretation)은 본문 연구의 중심에 있습니다. 주석이 학문적인 방법론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밖으로(Ex-gese) 끄집어내는 것이라면, 해석은 나의 시각을 갖고 본문 안으로(In-terpretation)들어가 그 본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올바른 성서연구는 성서의 의미를 바르게 찾아내는 것과 오늘의 시대정신(Zeitgeist)과 요청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둘의 간격이 적으면 적을수록 바른 본문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는 오늘도 그것을 읽는 자들에 의해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에 비로소 성서는 살아서 움직입니다(딤후 3:16-17). 그리고 그들에 의해 이 세상은 좀 더 나은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개인영성, 그것은 올바른 성서연구를 기반으로 자신이 되는 것(Being)과 자신의 길을 걷는 것(Doing)의 합일(合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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