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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함시생각

하함시 생각 - 올바른 기독교적 영성이란 ➊

올바른 기독교적 영성이란? - 존재와 행함의 합일

 

글 | 김충연 교수(감리교 신학대학교 신약학)

  한국 기독교의 ‘영성’에 대한 사랑은 남다릅니다. 시중에는 영성에 관련된 신앙서적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각 교회나 신학교에서는 요즘도 특별한기간에 ‘영성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하지만 영성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에 비해, 정작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대교에서 말하는 영성은 ‘신과의 소통’입니다. 만물이 존재하도록 하는 근본이자 뿌리인 신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영성이며, 그곳에 가까이 갈수록 영성은 더 깊어집니다.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듯이 그 근본에 가까이 갈수록 주변의 것들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탈무드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수원에 들어간 네 명의 랍비들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과수원이 상징하 것은 신비세계입니다. 과수원 안으로 들어간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정신이상자가 되고, 한 사람은 신앙을 잃고, 나머지 한 사람만 영혼이 고양되어 나왔습니다. 이이야기가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근본을 찾아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 매몰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껍질들을 버리고 위대한 영혼인 ‘신’하고만 결합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직 그와의 일체감만을 느끼려고 합니다(이희영, 카발라 탈무드 53).

  이처럼 많은 경우 영성이란 경건함, 거룩함, 도덕적인 것, 수양해서 쌓아야 하는 것, 신과의 일치 등 주로 내면적이고 정적인 개념들과 연관이 됩니다. 어쩌면 이런 ‘영성’에 대한 반쪽 이해들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행동’이 소극적으로 흘러가도록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런 영성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참된 영성의 모습일까요?

  영성(Spirituality)의 사전적인 의미는 ‘영적인 성품’입니다. ‘영적’이란, ‘육적’이고 ‘세상적’인 것의 반대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영적인 것이란, 인간의 욕심과 욕망 등 잠깐 있다 없어질 이 땅의 것이 아니라, 경건한 하늘의 것 즉 신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영성은 하늘의 성품, 즉 신적인 성품이며,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볼 때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신성과 성품에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영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려해도 모두 추상적이며 이런 설명들로는 불충분합니다.

  하지만 영성에 대한 가장 좋은 예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신성과 성품에 일치하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사랑과 의도하심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하나님은 진정 하나였습니다. 그분은 우리 인간에게 영성의 소유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음서에서 접하는 예수님의 모습은 수도사와 같은 신비적인 삶이라기보다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은 성서의 안에서든, 밖에서든 매우 적습니다. 성서 안에서도 단지 누가복음만이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유아시절부터 부모에게 율법에 의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으며, 12살에는 당대의 종교지도자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율법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갖고 있었습니다(눅 2장). 성인이 된 후에도 예수님은 자주 시간을 따로 떼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하나님과의 특별한 기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도는 히브리어로 ‘테필라’(Tefilah)라고 합니다. 이 말에는 ‘자신을 되돌아본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기도는 밖으로 하나님께 자신의 소원을 아뢰는 것만이 아니라, 안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행위를 포함합니다(마 26:36-46). 예수님은 이런 시간들을 통해 자신만의 ‘내력’(內力)을 키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갔습니다. 이렇듯 영성이란 ‘내력’ 즉 내면의 힘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외력(外力) 즉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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